1장. 나만 이상하게 힘들었던 시작
연애를 하다 보면
설명은 안 되는데
이상한 느낌이 드는 순간이 있다
아무 일도 없는데
혼자서만 불안해지는 순간
그 사람은 그대로다
평소처럼 말하고
평소처럼 웃고
평소처럼 하루를 보낸다
근데 나만 다르다
괜찮은데
괜찮지 않은 상태
연락이 조금 늦어졌다
예전 같으면
그냥 넘어갔을 시간인데
그날은
이상하게 길게 느껴진다
몇 분이
몇 시간처럼 늘어진다
그 사이에
생각이 하나씩 붙는다
바쁜가
무슨 일 있나
그리고 결국
이 생각까지 간다
혹시
나한테 마음이 식은 건가
그때부터다
아무 일도 없는데
이미 마음은 흔들리고 있다
상대는 그대로인데
나는 달라진다
말 한마디에 의미를 붙이고
표정 하나에 이유를 찾고
답장 속도 하나에 감정을 얹는다
예전에는 그냥 지나가던 것들이
이제는 다 신경 쓰인다
왜 이렇게 짧게 답하지
왜 먼저 연락을 안 하지
내가 뭘 잘못했나
이 질문이 쌓이기 시작하면
관계는 이미
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한다
사람들은 이때 이렇게 생각한다
내가 예민한 걸까
그래서 더 참는다
더 이해하려고 한다
괜찮은 척을 한다
근데 이상하게
참을수록 더 힘들어진다
괜찮은 척을 할수록
마음은 더 무거워진다
상대는 그대로인데
나만 점점 지쳐간다
그때는 모른다
이게 시작이라는 걸
이미 관계의 방향이
조금씩 어긋나고 있었다는 걸
이런 변화는
크게 오지 않는다
말로 설명되지도 않는다
느낌으로 먼저 온다
그래서 더 헷갈린다
확실한 이유는 없는데
확실하게 힘들다
그 사람은
아무렇지 않아 보인다
그래서 더 이상하다
왜 나만
이렇게 무너지고 있는지
2장. 이미 끝나가고 있었다는 신호들
그때는 몰랐다
이게 ‘과정’이라는 걸
그냥 내가 예민해진 줄 알았다
내가 이상해진 줄 알았다
그래서 더 붙잡았다
이해하려고 했고
괜찮다고 넘기려고 했고
아무 일 아닌 것처럼 만들려고 했다
근데 이상하게
노력할수록 더 어긋났다
연락은 조금씩 줄어들었다
완전히 끊긴 게 아니라
애매하게 줄어든다
그래서 더 헷갈린다
끝난 것도 아니고
그대로인 것도 아니다
대화도 달라진다
예전에는 이어지던 말들이
이제는 끊긴다
짧아지고
형식적이 되고
의미가 사라진다
나는 계속 이어가려고 하는데
상대는 거기서 멈춘다
이 차이가 쌓인다
처음에는 작은 차이다
그래서 대부분
그냥 넘긴다
바쁘겠지
피곤하겠지
요즘 힘든가 보지
이렇게 이유를 대신 만들어준다
근데 관계에서 중요한 건
이유가 아니다
방향이다
그 사람의 시간은
점점 나에게서 멀어지고 있었고
나는 그걸
애써 부정하고 있었다
가장 분명한 건
노력의 방향이었다
나는 가까워지려고 했고
그 사람은 그대로 있거나
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
그래서 더 힘들다
똑같이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
행동은 전혀 달랐다
그때 알게 된다
감정은
말이 아니라
행동으로 드러난다는 걸
연락의 빈도
만나는 시간
대화의 온도
이 세 가지가
이미 말해주고 있었다
근데도 인정하기 싫다
아직 괜찮다고
아직 아닌 것 같다고
조금만 지나면 돌아올 거라고
그래서 더 붙잡는다
그 사람은
점점 편해지고 있었고
나는
점점 불안해지고 있었다
이 관계에서
힘든 건
항상 한 사람이었다
그리고 그게
나였다
3장. 결국 혼자 무너지는 관계
버티고 있다고 생각했다
아직 괜찮다고
조금만 더 견디면 괜찮아질 거라고
스스로를 계속 설득했다
근데 감정은
버틴다고 사라지지 않는다
쌓인다
조용하게
티 안 나게
계속 쌓인다
그러다가
어느 순간 터진다
별거 아닌 일 하나였다
답장이 늦었고
말투가 차가웠고
그냥 평소랑 크게 다르지 않았다
근데 그날은
이상하게 견디지 못했다
그동안 참아왔던 것들이
한 번에 올라온다
그때 깨닫는다
아
나 이미 많이 무너져 있었구나
붙잡으려고 할수록
더 무너진다
확인하려고 할수록
더 불안해진다
사랑을 하고 있는데
점점 나 자신을 잃어간다
이 관계는
둘이서 시작했는데
무너지는 건
혼자였다
그 사람은
여전히 아무렇지 않았다
그래서 더 아팠다
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
전혀 다른 관계를 살고 있었다는 걸
그때 처음 느낀다
그리고 결국
인정하게 된다
이 관계는
이미 끝나가고 있었다는 걸
근데 더 힘든 건
끝났다는 사실이 아니라
혼자서만
그걸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거다
그래서 마지막까지도
이별은 같이 하는 게 아니라
혼자서 하게 된다
그게
이 관계의 끝이었다


















